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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이 칼럼] "제 멘토는 박주봉 감독입니다"

기사승인 2023.05.11  10: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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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됐다. 
오전, 오후, 밤을 가리지 않고 배드민턴 체육관에 오가고 있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적지만 매일 셔틀콕을 치고 있다. 그 상대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내가 배드민턴 코치로 Badminton Victoria에 지원하기 전, 같이 운동하던 친구 중에 이미 몇 명이 코치로 활동했었다. 그때 나도 이러한 자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몇 번 그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훈련하는지도 볼 수 있었다. 아주 재밌었고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원했고 지금까지도 잘해오고 있다. 

문제는 언어. 
코치 경력이나 실력은 감사하게도 협회에서 인정해주었다. 충분히 아이들이나 동호인 성인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라고 판단했고 현재 6개 정도의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다음 주부터는 봄방학 캠프 프로그램에도 들어간다. 봄방학 2주 중 한 주만 맡게 됐다. 이제 매일 Gordon Head Middle School에 출퇴근해야 하는데 영어가 제일 걱정이다. 

   
 
배달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초보나 중급 레벨이 많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이제 막 라켓을 처음 잡은 기초반을 가는 날은 특히 더 많은 영어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 지역 학생들이 착해서 아직 짧고 단조로운 나의 영어 패턴을 이해해주고, 코치로서도 존경해준다. 그래서 짧은 문장이라도 뱉어내면서 영어로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배드민턴을 배우는 학생 중 중국인은 많아도 한국인은 아직은 한 명 밖에 만나지 못했다. 캐나다에 왔는데 한국인 찾는 것도 웃기지만 정말 답답하고 힘들 때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한국인이기도 하다.
      
나의 배드민턴 멘토
박주봉 감독을 한국에서 실제로 만난 적은 몇 번 없지만 인터뷰는 많이 봤다. 그의 영어 실력이 궁금해서였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배드민턴 코치·감독을 하는 박주봉 감독은 어떻게 영어를 할까. 제1언어가 한국어이기에 그의 영어 스피킹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BWF 유튜브도 참고했고, Google 검색도 많이 했다. 

놀랍게도 말레이시아에서는 간단한 말레이어와 영어, 일본에서는 또 일본어와 영어, 또 다른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언어와 영어, 이렇게 사용하고 있었다. 영어를 한국어만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 아니었지만, 훈련받는 선수들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구사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일단 더 놀라운 건, 일단 할 말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뱉는다는 점이었다. 아직 머릿속에서 번역할 시간이 필요한 나와는 달라 보였다. 

   
 
과거에 세계를 돌아다니고 지금은 일본에 계셔서 영어권 나라에서 코치하는 영상들은 많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영상은 없지만 박주봉 감독이 그 나라를 맡았을 때 훌륭한 성적을 내는 걸 보면 그의 지도력과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캐나다까지 와서 배드민턴 코치를 하고 있을 줄은.
한국에서 만든 취미 활동 하나를 꾸준히 잘 활용하고 있다. 그 취미로 한국에서도 직업을 갖고 여기 먼 캐나다까지 와서 이어갈 줄은 생각 못 했다. 

고맙게도 많은 배드민턴 용어가 영어 단어다. 만약 설명이 부족하면 몸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배달이는 영상 기술까지 갖고 있어서 더 활용가치가 높았다. 

지난주부터 개인 레슨도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개인레슨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개인레슨을 하는 코치가 4명이나 있는데 코트가 3개뿐이라 자리가 모자란다. 그래서 이들끼리도 경쟁이 심해 올해 초에 대대적인 회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 회의 도중 한 코치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아직도 활동을 안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제 막 시작한 신입 코치인 나는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인스타그램 DM으로 빅토리아에 사는 한국인 한 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전부터 유튜브 배달이TV와 대회 때 경기를 자주 봐서 알고 있었는데 코치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연락을 주셨다는 거였다. 너무나 감사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지금은 5명의 수강생이 생겼다. 때마침 운이 좋게 주말에만 쓸 수 있는 체육관을 하나 찾았고 이 5분과 즐겁게 배드민턴 수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점차 관심 있어 하는 아이들도 생겨서 수강생을 늘려보려 하는데 아쉽게도 체육관이 부족해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월. 갑자기 배드민턴 코치를 시작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처럼. 또 때가 오겠지 하며 항상 준비하고, 미리 공부해야겠다. 
 
 

박병현 객원기자 sportsme4@gmail.com

<저작권자 © 배드민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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