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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이 칼럼] “서양은 왜 단식을 잘할까?”

기사승인 2023.05.11  09: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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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국제대회가 한창이다.
대회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을 중계방송에서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단식은 안세영 선수 외에는 더 찾아보기 힘들다. 왜 대한민국은 특출난 단식 선수가 적을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많은 배드민턴 동호인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안세영 같은 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까? 

대한민국 배드민턴 역사를 훑어봤을 때 유명한 단식 선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수현, 이현일, 성지현, 손완호, 박성환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그래도 시대별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흐름이 많이 끊긴 느낌이다. 왜 그럴까?
 
반면, 한국 단식 국가대표 코치 출신들의 해외 진출은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인도의 신두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박태상 코치, 일본의 박주봉 감독, 뉴질랜드 주니어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김지현 코치 등. 국제대회 경기를 유튜브나 TV를 통해 보다보면 외국팀의 코치나 감독을 맡고 있는 한국인 코치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한국 팀의 단식 성적은 가뭄에 콩 나듯 할까?  

   
 
환경의 차이
신장이나 체력의 열세라던가. 협회의 문제? 여느 칼럼이나 기사에서 볼 수 있는 뻔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자세히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다. 굉장히 조심스럽다. 단순히 필자가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현재 캐나다에서 여자는 Michelle Li(미셸리), 남자는 Brian Yang(브라이언 양) 선수가 대표적인 단식 선수로 꼽힌다. 심지어 최근 떠오르는 브라이언 양 선수는 일본의 니시모토 켄타(현재 13위), 대만의 초우티엔첸(현재 5위)을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 모두 꺾으며 굉장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브라이언 양 선수는 서양 선수도 아니고, 중국계 캐네디언으로 일반적으로 신체적 차이를 언급할 때 말하는 것과도 다르다. 
 
여기에서 필자가 느낀 점은 바로 “환경의 차이”다. 즉, “환경”이란 배드민턴을 치는 환경을 말한다. 첫 번째로, 레슨(Training Session). 대부분의 시스템이 단식 훈련 방식이다. 예를 들면 한국처럼 공을 코치가 띄워주거나 복식 로테이션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두 명의 선수가 양쪽 코트에 서서 서로를 일정한 훈련 루틴으로 트레이닝 시켜준다. 그런데 그 루틴이 혼자서 모든 코트를 커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훈련은 바로 단식 풋워크 레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곳 캐나다에서 필자도 레슨을 주1 ~ 2회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두 명의 선수가 한 코트에 들어가서 같이 받아본 적이 없다. 한 코트에 한 명씩 들어가면서 그 코트로 오는 공은 들어가 있는 선수가 모두 쳐야 한다. 자연스럽게 스플릿 스텝을 포함해 단식 풋워크를 하게 되고, 샷 또한 단식에 유리한 스윙을 하게 된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배운 선수들이 주 대회나 캐나다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주니어를 거쳐 성인 국가대표가 된다. 애초에 기반이 “단식”인 셈이다. 
 
둘째, 그 환경이 만들어 낸 생각이 다르다. 캐나다 코치들 대부분은 “단식을 잘해야 복식을 잘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처럼 한국에서 복식만 뛰어 그래도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단식 경기는 초보처럼 치는 모습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코치가 필자의 복식 실력만 보고 수준급의 단식 선수와 처음 붙여줬던 경기를 잊지 못한다. 내 코트는 바다 같았고, 상대 선수의 코트는 졸졸졸 시냇물 같았다. 15점 내기를 했는데 5점도 채 따지 못하고 졌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나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인지 Tory(배달이 영어 이름) 단식 실력은 “Suck”이라고 대놓고 모두의 앞에서 망신을 준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두 가지의 환경으로 인해, 아무리 코트가 적어도 레슨 때 꼭 단식 경기를 시킨다. 그것도 21점이나. 필자는 주로 복식을 뛰지만, 단식 경기를 훈련받는 강한 상대와 붙기 위해 레슨을 오는 동호인들도 꽤 많다. 
(레슨을 주로 그룹으로 이루어지고, 적으면 10명에서 최대 15명 내외로 모인다. 2시간 동안 진행되고, 앞에 1시간은 두 선수가 짝을 지어 트레이닝하고 나머지 1시간에 게임을 한다)  

성격의 차이
어려서부터 단식을 많이 뛰어서 그런 걸까. 복식 경기 때 움직임이 이상한 선수들이 많다. 로테이션을 돌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이드 바이 사이드로 서서 반코트 단식 경기를 하듯이 게임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후위, 네트 플레이가 연계되어 득점을 이뤄내는 게 아니라 각자 단식 경기를 치러서 스코어를 올리는 느낌이 강했던 기억이 있다. 왜 그럴까?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확실히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한다. 배드민턴 역시 마찬가지다. 복식을 하다가 라켓이 서로 부딪히거나 본인이 만약 실수하면 생각보다 과하게 미안해하고, 그 이후 쉽게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못 했다는 것보다 상대에게 피해를 줘서 미안해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실수는 필자도 적지 않게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코트가 좀 여유롭게 돌아가면 바로 단식 경기를 진행하자고 제안을 많이 한다. 그러면 그 단식 경기에서 어떻게 그 체력이 또 나오는지 소리도 지르면서 파괴력 넘치는 플레이들을 보여준다. 특히 단식에서는 잘해도 내 탓, 못해도 내 탓이니. 이러한 부담감을 확실히 덜 느끼는 모습이다.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 바로 게임에서도 드러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복식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을 수는 있어도 단식에서 출중한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모습은 대회 때 입상하는 모습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 또한 환경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대회가 한번 열리면 복식과 단식 종목이 같이 열린다. 나이제한 또한 두 종목 모두 없어서 60~70세 이상 되시는 분들도 단식 경기를 즐기면서 치신다. 
 
정리하자면, 환경과 성격의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이들은 어릴 때부터 단식에 좀 더 강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은 한정된 체육관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식 경기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그에 따라 레슨도 복식 위주로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동호인의 환경이 선수들의 결과와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요즘은 부모가 배드민턴 동호인으로 활동하면서 자녀들이 엘리트 배드민턴을 접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평소 노출되고, 보이는 환경이 당연히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미친다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각 나라의 배드민턴 경기 결과에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게 배달이의 생각이다. 
 
 

박병현 객원기자 sportsme4@gmail.com

<저작권자 © 배드민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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