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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이 칼럼] 셔틀콕 구하기 대작전 마지막 편

기사승인 2021.04.19  19: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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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몇 번씩 리닝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메일도 틈만 나면 체크했고 직접 리닝에 메일을 보내보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어가 유창하지 않기 때문에 전화는 두려웠다. 계속 메일 체크, 후기 검색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문제는 직접 리닝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가 별로 없었다. 겨우 찾더라도 영어나 중국어로 써 있는 리뷰가 많아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빅토리아와 같은 섬이 아닌 밴쿠버나 토론토에서 주문하고 리뷰를 한 경우가 많아서 변수가 많은 이곳과는 상황이 달랐다. 그렇게 또 2주가 지났다.

어느덧 매일 아침 메일 체크와 리닝 사이트 마이페이지 방문은 내 아침 일과 중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소식이 없었고 내 마음은 더 답답해져만 갔다.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고, 일하고 있던 필자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캐나다에도 스팸 전화는 많기에 또 그런 전화이겠거니 싶어서 크게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UPS 전화였나 보다. (사실 지금도 어떤 전화였는지 알 수 없다) 
혹시나 해서 집에 와서 메일 체크를 해보니 내 셔틀콕은 또다시 페리를 타고 밴쿠버로 돌아가는 중이었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왜 자꾸 돌아가는데?

정말 한국의 택배 시스템이 너무 그리웠다. 더 답답한 건 주변에 아무도 이 문제를 겪어보거나 해결해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영어를 잘하는 직장 동료에게 부탁해서 리닝 스토어에 전화를 걸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전화를 건 날, 그곳은 동부여서 3시간의 시차가 나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또다시 연기. 할 수 없이 메일을 남겼고 나름 화가 난 톤의 글을 썼지만, 전달됐을지는 의문이다. 아무 이유 없이, 그리고 일을 하다가 전화를 잘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택배 메모에 꼭 아파트 앞 택배 보관함에 넣어달라고 써놨는데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배드민턴 친구들에게 추천받아서 리닝 셔틀콕 좀 써보겠다는데 이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었다. 게다가 172달러라는 필자에게는 큰돈도 환불이 안 되는 상황에 화까지 날 지경이었다.  

   
리닝 셔틀콕 A+80 CLUB TOURNEY GRADE 77 SPEED
   
▲ 총 8통, 세금 포함 172달러에 구매한 배달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그리고 지금은 그게 나일 뿐

 


내가 영어를 잘하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그렇다면 전화를 걸어 고객 센터에 항의하면 해결될 문제일까. 

처음에 드는 생각은 이랬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성격이기에 다음 날 시간을 맞춰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화 상태를 스피커로 바꿔두고 내가 할 말은 메모장에 써두고 혹시나 모르는 말이 나올 걸 대비해 펜도 준비해뒀다. “뚜루루... 뚜루루루... Hello ~” 그리고 차근차근히 내가 할 말을 전했다. 

“Hi, This is calling from lining customer. I bought shuttlecocks two week ago. But I couldn’t get them. It was second time. What is problem?” 
“안녕하십니까, 저는 리닝 고객입니다. 나는 2주 전에 셔틀콕을 샀다. 그런데 나는 그것들을 받지 못했다. 이런 일이 두 번째다. 뭐가 문제입니까?”

사실 어려운 문장도 아니고 대화 중 문법이 좀 틀린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다만 수화기 통해서 들리는 영어가 면대면 대화보다 잘 안 들려서 전화 영어가 조금 더 두려울 뿐. 저 문장을 뱉어 놓고도 상대방의 말이 잘 안 들려서 “Pardon? (네?)” 만 서너 차례 했다. 다행히 그들은 내가 이해할 때까지 침착하게 설명해줬고 이들이 이용하는 택배 시스템이 UPS인데 배달 간에 문제가 있었다고 답해줬다. 그리고 전액 환불을 받았고 마지막으로 다시 주문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인은 삼세번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틀 뒤, 돈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 다시 8통의 셔틀콕을 주문했다. 그리고 UPS 사이트를 들어갔다. 리뷰도 찾아봤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생각보다 필자와 같은 문제를 겪은 사람들이 많았다. 

   
 
배송이나 수령 과정에서 문제가 대부분 많이 생겼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앱을 이용해 해결한다고 리뷰에 나와 있었다. 바로 어플을 다운로드 했다.

UPS 앱. 돌아 돌아서 도착한 도착지 

   
 
누군가 미리 알려줬다면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셔틀콕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혹시 필자와 같은 상황에 부닥쳐있거나 캐나다에서 셔틀콕을 구매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제 내가 직접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해 본 상황이기에 그 누구도 편하고 정확하게 도와줄 자신이 있다. 그리고 거의 3개월 만에 리닝 셔틀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말 딱 하나의 메뉴만 설정했어도 이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걸 몰랐다. 바로 택배를 대신 편의점이나 마켓에서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이다. 마침 집 근처에 이 센터가 있었고, 이곳으로 설정하고 3일 만에 드디어 셔틀콕을 받았다. 멀고도 먼 셔틀콕 택배 여정이었지만, 이렇게 무언가 스스로 해결했다는 생각에 괜스레 뿌듯하다고 느꼈던 3개월이었다. 끝.

   
 

 

 

 

 

박병현 객원기자 hooney0313@naver.com

<저작권자 © 배드민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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