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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경기방식, 꼭 바꿔야만 했나?

기사승인 2012.09.21  10: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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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경기방식, 꼭 바꿔야만 했나?

글 문영광 기자 사진

런던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대한민국 선수단은 종합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금의환향했다. 양궁, 유도, 사격, 레슬링, 태권도 등 기존의 효자종목들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펜싱에서의 놀라운 성적과 축구 동메달 등은 국민들을 환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승자에겐 박수를, 패자에게는 격려를, 오심에는 격렬한 항의를 보냈던 우리 국민들에게 유일하게 성원 받지 못한 종목이 있었으니 바로 배드민턴이다. 이른바 ‘져주기 파문’으로 인해 여자복식에 출전한 우리 선수 4명이 전원 실격처리 되고 선수촌에서마저 퇴촌당하며 불명예를 안은 채 쓸쓸히 귀국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탓, 선수 탓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대한민국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20년간 올림픽에서 효자종목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했던 배드민턴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는 이번 사건을 통해 배드민턴이 내년 IOC 총회에서 선정될 퇴출종목 후보 중 선두로 치고 나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배드민턴 활성화를 꿈꿨던 많은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도리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그나마 남아있던 배드민턴의 인기마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건과 연루된 선수들은 런던올림픽을 최악의 추억으로 간직한 채 많은 시간을 고통과 좌절 속에서 보낼지도 모른다. 앞날이 창창한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견된 불씨
이렇듯 너무도 안타까운 점이 많은 이번 파문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한국 선수도, 중국 선수도 아니다. 바로 경기방식이 논란의 씨앗이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세계배드민턴연맹(이하 BWF)은 변경된 경기방식을 올림픽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기존의 싱글엘리미네이션(Single elimination) 방식에서 라운드로빈(Round robin) 방식으로 변경하여 경기를 진행한 것이다. 즉, 기존에는 한 번 지면 탈락하는 단순한 토너먼트 방식이었지만 변경된 방식은 조편성을 하여 각 조별로 풀리그(Full league)를 치른 후 조별 상위권자들이 본선 토너먼트를 펼쳐 우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애초에 BWF는 이러한 경기방식의 변경을 통해 한 경기만 치른 후 허무하게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단적인 예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정재성·이용대 조가 1회전(16강) 탈락한 것만 보더라도 긴 준비기간에 비해 너무 잔인한 방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조별리그 방식을 통해 더욱 많은 국가를 참가시키며 대회 초반 예선전부터 흥미진진한 상황을 만들어 배드민턴 경기의 재미를 더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제도변경을 꾀했다.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퇴출종목 후보로 거론되고, 다른 국가들과 중국과의 격차가 너무 커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던 터라 경기방식을 변경해서라도 “재미있다”라는 평을 끌어내기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BWF의 기대와는 달리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많았다. 조별리그 후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이 경기방식에 많은 불만을 드러냈다. 많은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올림픽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승부조작 가능성이 있고 선수의 체력 면에서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경기방식이었기 때문에 올림픽 시작 전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는 옷, 조별리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선에서 조별리그를 거치는 방식은 승부조작의 가능성을 너무 크게 열어두고 있다. 조별예선을 치른다는 것은 그와 동시에 향후 만날 상대에 대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에서는 조별예선에서 선수교체나 수비적인 전술 등을 통해 다음 만날 상대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셔틀콕이 한 번 씩 공평하게 오가야 하는 배드민턴에서, 그것도 단체전이 아닌 오직 선수 대 선수로 싸워야 하는 개인전(단식, 복식)에서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승부 자체를 조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기방식은 선수나 지도자들에게 너무 위험한 유혹이었던 것이다.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인해 오는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의 체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별예선 방식은 기존의 토너먼트 방식보다 같은 기간 내에 2~3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이용대, 하정은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남/녀복식과 혼합복식에 모두 참가했다. 이들이 만약 두 종목에서 모두 4강에 진출한다면 일주일 내에 12경기를 치러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종목에만 출전하는 선수들과 결승에서 맞붙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항은 명명백백히 밝힌 후 사후에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조별리그 후 토너먼트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번 올림픽과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누군가는 더욱 교묘하게 지는 방법(?)을 연구할지도 모른다.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지난 기자회견 때 “조별리그 방식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으며 좋은 경기, 좋은 스토리텔링을 해왔다”며 현장과는 큰 온도차를 보였다. 확실한 것은 조별리그는 배드민턴 개인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는 점이다. 옷을 새로 입힐 수 없다면 수선이라도 해야 한다. 조별리그 후 토너먼트에서 대진추첨을 다시 한다든지 아예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러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BWF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영광 기자 nineyk9@gmail.com

<저작권자 © 배드민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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